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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치매 노인 학대인가?(홍나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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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2-11 |
조회 | 46821 | ||
어디까지가 치매 노인 학대인가? 홍나래 교수(한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치매 노인 학대’ 문제는 누구나 들으면 일단 움찔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병에 걸린 치매 노인을 학대할 수 있냐며 그런 일들은 아주 열악한 시설이나 아주 나쁜 간병인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간단히 넘어가곤 하지만, 사실 치매 가족들은 또 한 편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 부모님을 학대하고 있는 것인가도 문득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학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의학 분야에서 ‘노인 학대’는 이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정의 되는데, 노인의 건강이나 복지에 위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거나 반대로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서 노인의 건강이나 복지에 위해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단순한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 뿐만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유기나 방임, 자기 방임을 하게 두는 것까지 폭 넓게 포함한다. 용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쉽게 말하면 때리고 밀치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때 적절한 식사를 챙겨 드리지 않거나 계절에 맞는 의복을 제대로 입혀 드리지 않거나 기저귀 관리 등을 적절히 해 드리지 않는 것이나 외롭게 해 드리는 것도 자기 보호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의 경우 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노인 학대 문제는 동거인이 같이 있는 경우에 더 흔히 나타난다는 것이며, 가해자의 가장 많은 부분을 가족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어떻게 그런 패륜을 저지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치매 어르신을 모셔본 적이 있는 가족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그리 쉽게 할 수 없다고 느낄 분들도 많을 것이다. 치매 어르신을 모신다는 것은 길고 긴 험난한 길을 쉼 없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어떤 날은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부모님들께서 유난히 가족들을 힘들게 하시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가족들이 부모님과는 상관 없는 다른 일들로 스트레스를 더 받게도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늘 부모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오던 가족들도 어떤 날은 유난히 부모님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내가 부모님을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죄책감을 느끼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심지어 약간의 행동이 뒤따르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별한 악인들이 아닌 일반적인 가족들이 말이다. 노인을 학대하는 보호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우울증이나 음주 문제 등의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며 우울증이 생기시는 보호자분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끝도 없고 쉼도 없는 힘든 길이다 보니 그 막막함에 우울한 마음이 생기기 쉽다. 이때 어떤 분들은 그저 우울한 마음 정도에 그치지 않고 우울증으로 병적인 상태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실제로 치매 어르신들을 치료하다 보호자와의 상담 과정 중 보호자분들의 우울증 치료를 같이 권하는 경우도 많다. 보호자가 우울하게 되면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 더 어렵고 힘들게 느끼게 되고, 치매 어르신들의 문제 행동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같이 감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미운 마음도 더 많이 생기게 되고 심한 경우 학대 행동으로 까지 번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행동의 극단적인 현상이 최근 유명 가수의 아버지가 치매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치매 가족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과 치매 어르신들을 실제로 돌보고 있는 가족들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을 것이다. 물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행동이지만 그냥 단순히 패륜이라고 일컫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노인 학대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특히나 자기 보호 능력이 떨어져 있는 치매 노인의 학대는 더더군다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노인 학대를 한 가해자를 벌 주고 욕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냐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어떤 보호자들은 돌보는 방법을 몰라서 의도치 않은 학대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보호자들은 돌봄에 너무 지쳐서 혹은 우울증에 걸려서 원치 않는 학대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돌봄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이 되고,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시에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처벌 규정보다 더 중요하다. 가족들도 스스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어르신들을 모시는 행동에 어르신들의 느낌은 어떠실지 어르신의 눈으로 한 번 역지사지 해 보는 것도 의도치 않은 학대 행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요즘 들어 내가 의욕이 줄고 짜증이 늘어 예전과 달리 어르신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어찌 보면 우울해 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우울감도 정도가 과해지면 치료를 받는 것이 나와 어르신 모두의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지쳐 가는 것에 대해 자책감만 가지기 보다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시도해 보는 것이 나와 어르신 모두에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주변의 여러 도움들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많이 알면 많이 행할 수 있다. 여러 정보들을 얻어 어르신 뿐만 아니라 돌봄을 드리는 나도 같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치매 어르신들과 같이 손 잡고 걸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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