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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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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잊고 살았던 마을공동체의식을 되살립니다.(곽경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2-20
조회 48418

치매가 잊고 살았던 마을공동체의식을 되살립니다.

 

곽경필 센터장(경상북도 광역치매센터)

 

2017년 경상북도의 치매사업은 큰 갈림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 속 외롭고 힘든 길에 서 계신 분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눔, 봉사, 배려의 마음으로 치매를 보듬는 날이 와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경상북도 마을 392개소에서 치매환자와 마을 어르신, 그리고 보건소 담당자가 함께 ‘우리마을 예쁜치매쉼터’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마을 예쁜치매쉼터는 치매예방 학교로 홍보되니 참여자가 피교육자로 인식될 수 있으나,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참여시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과정을 겪습니다. 낯선 오지로 시집와서 힘들어 울고 있을 때 내 손을 잡아 두었던 옆집 ○○댁 형님이 지금은 치매에 걸려 때로는 애도 먹이지만 옛정에 같이 치매쉼터 나오니 그저 고맙다고 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경북의 전통장터는 ‘치매’를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힘들어하시던 시장 상인들, 장을 보러 오신 어르신과 지역주민은 난데없이 ‘치매’, ‘치매’ 하는 소리에 어리둥절해집니다. 곧이어 들리는 기웅아재, 단비의 낯익은 목소리에 바로 얼굴이 환해지고 박수도 치고 흥얼흥얼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부담되고 두렵기만 했던 치매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장터’와 ‘치매’는 어울리지 않지만, 누구나 쉽게 오가는 장터에서 치매예방법도 배우고 체조도 따라 하다 보니 도대체 이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치매가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2016년 경북 몇몇 마을 이름 앞에 ‘치매보듬’이라는 글귀를 붙여 보았습니다.
‘치매보듬마을’은 치매가 있어도 내가 살던 곳에서 안전하고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전체가 가족이 되어 치매환자와 가족을 ‘보듬는’ 마을입니다.
어느 날부터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를 돌봐 줄 수 없다고 가보지 못한 타향으로 떠나지 않도록, 내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아주고 치매를 잘 이해해 주는 마을을... 그 첫 걸음마를 떼고 보니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듯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치매관리사업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성과에 대한 성급한 생각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치매파트너, 치매상담전화 숫자보다도 5년 뒤, 20년 뒤 어린아이들이 치매보듬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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